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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적은 단어 ‘페티쉬 (fetish)’. 또한 페티쉬를 대부분 사람들이 성적인 흥분을 일으키는 대상(예를 들어 스타킹과 같은 물건)이라고 생각하지만, 페티쉬의 사전적 정의는 ‘숭배를 일으킬 수 있는 물건 혹은 부분’이라고 한다.

이러한 페티쉬를 소재로 하여 작업하는 한국 동시대 작가 중 한명인 이국현 (32)은 2010년 발표한 패키지 시리즈로 한동안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의 연작 ‘패키지 (package)’ 시리즈에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쓰고 있는 가면, 착용한 의상, 그리고 번진 화장 등이 상징적인 소재로 등장한다.

이국현 『Packagism』, Oil on Canvas, 2010

이국현 『Packagism』, Oil on Canvas,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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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화된 성’을 주 메시지로 하는 그의 패키지 연작에서는 ‘무엇인가로 포장되어 소비되기 직전의 상태’를 가리키는 ‘패키지’라는 말이 성의 상품화와도 묘하게 들어맞는다.

가면을 쓰고 무표정하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여인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여인 등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스스로의 성적 매력을 드러내려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무엇인가로 감추려고 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국현 『Veiled-1920』, Oil on Canvas, 2011

이국현 『Veiled-1920』, Oil on Canvas, 2011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감추는 것과 드러내는 것 사이의 간극’에서 느껴지는 에로티시즘은, 예술사를 통틀어 가장 오래도록 사용된 소재였다.

그러한 에로티시즘은 각 국가의 사회,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었지만 공통적인 것은 대부분 여성이 성적 대상화 되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성적 이데올로기는 이국현 작가의 작업을 설명하는 주요한 키워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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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필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명품 또한 하나의 페티쉬예요. 그런데 사람들이 페티쉬라는 것을 단순히 성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로만 생각하고 있기에, 제 작업 또한 성적인 것으로만 비춰질 수 있다는 면이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작품에 담겨있는 함축적인 의미를 이해하면, 그렇게만 생각하진 않을 거라 봅니다.”라고 언급하였다.

비욘세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비욘세 Haunted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물론 그의 말대로 아직까지는 ‘페티쉬’라는 것이 성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흥분을 유도하는 하나의 대상 혹은 물건이라는 인식이 많다.

그러한 편견적인 인식과 함께 본연의 의미를 다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팝스타 비욘세일 것 같다. 물론 그녀가 하나의 ‘물건’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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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Haunted 뮤직비디오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스타킹이 등장하는데, 그녀가 화려한 의상들과 함께 착용한 스타킹들이 매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최고의 팝스타가 착용한 스타킹. ‘스타킹 페티쉬’라는 용어도 존재할 만큼, 스타킹은 그 물건 자체로도 매우 상징적인 소재이다.

스타킹 페티쉬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신던 스타킹을 통해 성적 흥분을 느끼는 일종의 변태 성향을 보이기도 하고, 경미하게는 여자들이 착용하는 ‘성인용 스타킹’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대상에 매료된다고도 한다. 이렇듯 특정 대상을 통해 느끼는 성적 흥분을 마냥 변태적인 것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한다면 본인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하나의 좋은 수단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본인의 매력으로 사로잡고 또 사랑하게 만들려면 단지 ‘스타킹’과 같이 성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페티쉬가 아닌, 본인 특유의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자기만의 페티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치명적인 유혹의 소재가 되는 페티쉬. 당신은 어떠한 ‘페티쉬’를 가지고 있는가?

헬레나 유
아트 디렉터 및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FX 애널리스트 및 TV 증권 시황 캐스터를 거쳐 헬레나앤코의 대표이자 아트 디렉터로로서 다양한 전시 기획을 통해 역량있는 한국 작가들과 대중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단편 영화 출연과 함께 뉴시스헬스, 국제뉴스, 티브이데일리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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