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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메리칸 뷰티』를 본 사람이라면 기억하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바로 딸의 친구 안젤라 (메나 수바리 분)를 처음 보는 순간 그녀와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레스터 번햄 (케빈 스페이시 분)이, 그녀가 나체인 채로 빨간색 장미꽃에 둘러싸여 본인을 유혹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다.

레스터는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가장으로 등장한다. 아내 (아네트 베닝 분)와의 애정은 이미 식어버린지 오래고 딸과의 관계도 원만치 않은 그의 삶에, 안젤라의 등장은 하나의 활기로 작용해 스스로를 완전히 변화시키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American-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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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을 해고하는 상사를 협박하여 목돈을 받아내고, 그 돈으로 오래된 스포츠카를 구입한다. 또 안젤라와의 잠자리를 염두에 두고 보디빌딩을 하는가 하면 고급 마리화나도 피기 시작한다. 레스터는 마치 자기가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게 된다.

물론 레스터가 안젤라에게 품는 성적인 욕망은 결코 옳은 것이라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극중에서는 그녀와의 섹스를 꿈꾸며 그의 일상이 긍정적인 쪽으로 변하게 된다는 점이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이다.

레스터가 안젤라에게 욕망을 품게 되는 경우, 안젤라가 먼저 그를 유혹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레스터에게는 유혹이었을 것이다. 또한 안젤라를 탐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된 레스터는 그녀에게 매혹적인 모습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가꾼다. 이렇듯 욕망은 유혹을 불러일으키고, 또 유혹은 욕망을 자극하게 된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中

영화 『아메리칸 뷰티』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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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욕망’, 그리고 ‘유혹’이라는 단어들은 일반적으로 다소 금기시 되는 말들처럼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사람들은 늘 일상에서 수많은 유혹에 노출되어 있고 또 어떠한 사람을 혹은 사람을 포함한 대상을 욕망하고 있다.

영화에서든 드라마든, 그리고 미술 작품에서든 어떠한 대상에 대한 갈망, 혹은 욕망은 지금껏 꾸준히 주된 테마로 등장해 왔다. 특히 영화『아메리칸 뷰티』에서처럼 그러한 욕망이 금기에 가까운 것이라면 더더욱 관객을 유혹할 수 있는 소재였는데, 한국 동시대 미술 작가들 중 이러한 욕망 그리고 유혹을 매우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2006년 경향 미술대전 특선 수상으로 미술계에 본인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신진 작가 김민기이다.

김민기 작가가 2014년에 발표한 연작인 ‘나를 숨기다’ 연작은 최고의 아름다움을 갈망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도달하기는 힘든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그러한 이상에의 욕망을 그리며 관객을 유혹하는 작가의 모습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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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을 보고 내면의 감춰둔 섹슈얼리티 (sexuality)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종종 있는데, 성취욕이 강한 사람일수록 성욕도 높다는 속설에 따르면 그의 작품 테마인 ‘완벽함에 대한 갈망’과도 이는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성적인 욕망이든 다른 어떠한 대상에 대한 욕망이든 그러한 욕망을 자극하는 유혹이 먼저 존재하기에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안젤라처럼, 굳이 드러내놓고 유혹을 하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가 욕망을 자극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많은 여자들이 원하는 것이 이렇듯 지속적인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 즉 본인의 존재 자체가 욕망을 자극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는 그러한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무언이 유혹’이 있을 때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상대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많은 경우 그러한 유혹, 혹은 매력의 발산은 너무 직접적인 것 보다는 간접적인 것이 상대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 같다.

마치 김민기 작가가 ‘나를 숨기다’라는 작품을 통해 본인의 욕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헬레나 유
아트 디렉터 및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FX 애널리스트 및 TV 증권 시황 캐스터를 거쳐 헬레나앤코의 대표이자 아트 디렉터로로서 다양한 전시 기획을 통해 역량있는 한국 작가들과 대중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단편 영화 출연과 함께 뉴시스헬스, 국제뉴스, 티브이데일리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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