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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아이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주얼리는 17세기 앤틱 피스부터 컨템포러리 디자이너의 작품까지 폭넓은 컬렉션을 자랑한다. 그녀의 유명세만큼 풍성한 스토리가 담긴, 객관적으로도 더 없이 환상적이고 찬란한 보석들이다.

그런 그녀의 보석을 언급하려면 먼저 마이크 토드 (Mike Todd), 에디 피셔 (Eddie Fisher), 리처드 버튼 (Richard Burton) 이 세 명의 남성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들은 테일러를 위해 당대 최고의 주얼러로부터 최고 품질의 보석만 구입했다. 시간을 초월한 이 잘난 남자들의 보석 경쟁은 오직 ‘그녀’라는 꼭지점을 향했다.

영화 제작자인 마이크 토드는 테일러의 세 번째 남편이다. 그녀로선 유일하게 이혼으로 끝나지 않은 배우자이기도 하다. 이들의 13개월 간의 결혼 생활은 어떤 사진 한 장으로 종종 설명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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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뜨거운 지중해의 휴양지, 두 사람은 수영장 앞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목과 귀에는 태양보다 더 강렬한 빨간 루비가 빛난다. 바로 토드가 그녀에게 까르띠에의 주얼리 세트를 선물한 날이었다. 그녀의 상기된 표정과 기쁨에 젖은 눈동자는 태양의 열기보다 뜨거운 부부의 감정을 말해준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다음 해에 토드가 비행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토드가 선물한 카르띠에의 루비 세트

  마이크 토드가 선물한 카르띠에의 루비 세트

한편, 가수 에디 피셔와의 러브 스토리에는 “데비 레이놀즈 (Debbie Reynolds)”라는 비운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당시 피셔의 아내이자 테일러의 오랜 친구였다. 게다가 피셔 역시 테일러의 전 남편 토드와 막역한 사이였다.

그런데 토드의 비행기 사고 후 테일러와 피셔 사이에 예기치 못한 사랑, 즉 불륜이 시작되고 만다.

결국 피셔는 테일러의 네 번째 남편이 되지만, 레이놀즈 가슴에 못을 박은 그 결혼은 5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바로 다음 남편이 될 리처드 버튼의 등장으로 인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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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테일러는 로마에서 리처드 버튼과 함께 영화 <클레오파트라>를 찍고 있었다. 로마는 테일러의 불가리 주얼리 컬렉팅이 시작된 도시다. 그녀가 촬영장과 가까운 불가리 매장을 자주 찾은 것은 물론, 불가리에서도 주기적으로 영화 현장에 보석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때 버튼이 구입한 불가리의 에메랄드 반지가 부인 시빌 (Sybil)이 아닌 테일러의 소유가 되면서 또 한 번의 격정적인 “사랑”이 시작되고 만다.

그런데 당시 테일러의 남편이던 에디 피셔도 테일러의 30번째 생일 선물로 불가리의 옐로 다이아몬드 반지와 브로치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이 “불가리 카드”는 제때를 놓친 듯 보인다. 이미 그녀는 리처드 버튼에게 마음을 뺏긴 상태였고, 분노한 피셔는 그녀에게 청구서를 보낸다. 테일러와 버튼의 사랑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이렇게 두 가정은 산산조각이 났다.

버튼이 선물한 타지마할 다이아몬드 (©Christie’s)

버튼이 선물한 타지마할 다이아몬드 (©Christie’s)

“나는 그녀에게 맥주를, 그녀는 나에게 불가리를 소개했다.” 리처드 버튼은 이처럼 불가리로 시작된 테일러를 향한 보석 공세에 지칠 줄 몰랐다. 결혼 후에는 까르띠에의 자연산 진주 “라 페레그리나 (La Peregrina)”를 비롯, “테일러-버튼 (Taylor-Burton)” 다이아몬드, “크룹 (Krupp) 다이아몬드” 등 희소성 높은 최고의 보석들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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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40세 생일에는 하트 모양의 고대 인도 다이아몬드인 “타지마할 (Taj Mahal)”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든 테일러에게 보석 선물을 즐겼다는 후문이다.

테일러의 시끄러운 연애사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이 지면에서는 생략하려고 한다. 그녀가 보석을 선물 받은 시점은 그들의 최고 순간이었고, 그 사랑의 정점을 찍던 찰나를 보석을 통해 나눈 것이라 믿고 싶다. 그녀는 매 번 사랑에 빠졌고, 그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보석의 의미에 충실했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테일러는 살아 생전에 데비 레이놀즈과 화해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녀에게 자신의 사파이어 목걸이, 팔찌, 귀고리 세트를 유산으로 남겼다. 이 정도로 그녀의 배신과 불륜이 용납되진 않겠지만 보석을 통해 진한 미안함을 표현하는 행보도 참 그녀답다는 생각이다. 그나저나 8번의 결혼, 7명의 남편, 그리고 그 숫자에 비례하는 보석이라니 이보다 더 아찔하고도 화려한 인생이 있을까?

 

윤성원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동 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광고홍보학과 출신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뉴욕 GIA와 Studio Jeweler’s에서 보석감정, 디자인, 세공을 마친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로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앙일보와 헤렌 등 5개 매체를 통해 주얼리 칼럼을 연재 중이며, 프로젝트 그룹 “더 쇼케이스랩” 디렉터를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잇 주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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