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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초반에 일본에서 섬세한 자수가 수놓인 브라 팬티와 함께, 역시 섬세한 자수로 제작된 가터벨트와 밴드부분이 마치 미술작품처럼 꾸며진 스타킹 세트를 실제로 처음 보았다. 너무나도 친절한 속옷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모든 것을 피팅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피팅을 마치고 거울 앞에 선 나는, 마치 관능의 별에서 온 외계인 같은 한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그 기억은 어린 나에게는 꽤나 강렬했으며, 도저히 거부하지 못하고 지갑을 탈탈 털게 만들고야 말았다.

munelin-ax그러나 가터벨트를 사와서 설레는 기분으로 다시 집에서 입어보고 기분을 낸 것 까지는 좋았으나, 당최 이 거추장스러운 외계의 물건을 어디에 어떻게 매치를 해서 입어야 할지 선뜻 감이 오질 않았고, 입고 다니는 사람을 평생 본 적도 없다는 생각이 그제야 퍼뜩 들었다.

여러 컵의 용기를 마시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가터벨트와 한 첫 외출은 정말 두근두근, 두근거렷!! 그 자체였다. 원피스 한 벌 속에 속옷 세트를 숨기고, 질금하게 비져나온 가터벨트와 밴드스타킹에 사람을 잘 쳐다보지 않는 일본에서조차 뜨거운 반응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부야의 한 거리에서는 잡지기사가 촬영을 해도 되냐며 묻기까지 했다. 물론 어린 나는 창피해서 얼굴을 붉히며 도망갔지만… 나도 어릴 때는 꽤 수줍음을 많이 타는 한 떨기의 들꽃 같은 소녀였다구. 물론 믿거나 말거나. ㅋ

활용 빈도가 높은 속옷 세트는 낡고 헤져 이미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 때 샀던 가터벨트와 자수밴드 스타킹은 아직까지도 내 속옷 서랍에서 장수하시며 고운 모습 그대로 잘 살고 있다. 가지고 있는 가터벨트의 종류도 많아졌다. 기왕 기분전환 할 거 확실히 드러내는 코디를 즐겨하고 있다.

란제리 가터벨트 – 입고 벗기는 가장 힘들지만 클래식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관능미가 있다.

팬티 일체형 가터벨트 – 가끔 업체에서 나름 여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드는 것 같은데, 밴드 스타킹이 내려가는 힘을 받으면서 팬티도 같이 내려가는 고충이 있다.

코르셋 탑 일체형 가터벨트 – 가장 고정되는 힘이 강하고 안정적이지만, 가터를 하겠다고 코르셋까지 입어야 하는 건 좀…

가터벨트를 흉내 낸 스타킹 – 입고 벗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관능미는 좀 떨어진다.

가터벨트를 모티브로 만든 각종 레깅스 – 극도로 섹시하고 전투적인 코디가 가능하다. 대낮에 입고 도심지를 돌아다닐 경우, 인간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의 기억을 가지고 천국에 갈 수 있다.

가터를 하면 치마를 입어야지…라는 고정관념도 어느새 사라졌다. 가터벨트를 하고 그 위에 가터보다 짧은 핫팬츠를 입으면? 낮에는 경찰서에 끌려갈 수도 있다. 밤 문화를 즐기는 곳 에서만 추천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코피가 터지는 시늉을 하며 당신의 밤을 웃게 해줄 것이다. 오늘 밤도 각종 가터들이 내 옷장에서 끼를 부리며 나 좀 입고 나가라는 추파를 던진다. 야한 것들…

므네린
싱어송라이터, 모델, 화가, 소설가이며, 스스로를 "생계형" 종합예술인이라 주장한다. 밴드 『날 가져요』에서 보컬을 맡고 있으면서 디지털 싱글의 발매를 앞두고 있고 공상 과학 소설 『뫼비우스』를 출간한 바 있다. 란제리 매니어이기도 하다.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 머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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